25절: 의로우신 아버지여 세상이 아버지를 알지 못하였으되 나는 아버지를 알았으며 저희도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줄 알았사옵나이다

26절: 내가 아버지의 이름을 저희에게 알게 하였고 또 알게 하리니 이는 나를 사랑하신 사랑이 저희 안에 있고 나도 저희 안에 있게 하려 함이니이다

< 말씀 요약 >

아버지를 알지 못하는 세상

예수님께서는 요한복음 17장의 “대제사장의 기도”를 마치시면서, “의로우신 아버지여, 세상이 아버지를 알지 못하여도 나는 아버지를 알았습니다”(25절)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이 말씀을 통해서 이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분명하게 알게 됩니다. 이 세상은 “아버지를 알지 못하는 세상”입니다. 이 세상에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이 세상은 굉장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이 세상에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은 아버지를 알지 못합니다.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은 결국 진리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하나님은 이 세상과 모든 인생들의 창조주시며 주인이십니다. 그런데 우리가 우리를 창조하신 하나님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이런저런 토막 지식, 파편적 지식만을 가지고, 어떻게 진리를 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궁극적인 지식, 궁극적인 진리를 가지지 못한 사람입니다.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은 사실상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이 세상을 아무리 두루 다니며 물어보아도 이 세상에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없습니다. 이 세상의 온갖 지식을 다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하나님을 알 수 없고 그리스도를 알 수도 없고 구원에 관한 지식에도 이를 수 없습니다. 본래 타락 전 인간은 하나님을 빼놓고는 아무것으로도 설명될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인간의 모든 지식은 하나님으로부터 출발하는 지식이었고 하나님을 전제로 하는 지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범죄하고 타락한 후,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잃어버렸고, 이 세상은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를 아시는 그리스도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아버지를 아십니다. “의로우신 아버지여, 세상이 아버지를 알지 못하여도 나는 아버지를 알았삽고”(25절). 세상은 하나님을 모르지만, 예수님은 아버지를 아십니다. 그리스도는 아버지를 정확하게, 온전히 아시는 분입니다. 바로 이것이 그리스도에 관해서 가장 놀라운 점입니다. 아들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아버지를 가장 잘 아시는 분입니다. 성부 하나님과 성자 하나님의 관계는 더 이상 친밀할 수 없는 관계입니다. 예수님은 성자 하나님으로서 영원에서부터 성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정확하게 아시며 완전하게 아시며 모두 아십니다.

주님께서는 “아버지”를 아는 것을 “아버지의 이름”을 아는 것이라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26절). 아버지의 “이름”이란 하나님에 관한 모든 진리를 의미합니다. 하나님을 아는 것은 곧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하나님의 존재와 속성, 하나님의 작정과 목적, 하나님의 구원 계획, 하나님의 사역들에 대해서 아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안다는 것은 단순히 하나님에 관한 지식을 관념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지식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가지는 관계적이며 인격적인 지식입니다. 인생들 가운데 하나님을 스스로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예수님 외에는 하나님을 아는 이가 없으며, 하나님에 대한 모든 지식은 그리스도에게서 나온 것입니다.

내가 아버지의 이름을 저희에게 알게 하였고 또 알게 하리니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오셔서 하신 일은 아버지를 알려주신 일이었습니다. “내가 아버지의 이름을 저희에게 알게 하였고”(26절).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으로 하여금 아버지를 알게 하시기 위하여 오셨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이 땅에 계시는 동안 가시는 곳마다 천국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큰 선지자요 참된 선지자로서 우리에게 오셔서 아버지의 이름, 곧 아버지에 관한 모든 진리를 증거하며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자신이 곧 십자가에 달려 죽게 되실 것을 아셨지만 계속해서 아버지의 이름을 알려주실 것이라고 기도하셨습니다(26절). 이것이 어떻게 가능합니까? 주님께서는 그의 말씀과 성령으로, 그리고 그의 제자들과 그들을 통해서 지상에 세워질 교회들의 증언과 전도를 통해서 계속해서 아버지를 알게 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31문답, 소요리문답 24문답 참조).

예수님은 우리에게 하나님을 알려주실 수 있는 유일한 분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에 대해서 완전히 아시는 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을 알 수 있는 실제적이고도 유일한 길은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고, 그리스도에게 배우는 길뿐입니다. 다른 길은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 14:6)고 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을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를 알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리스도를 아는 것과 하나님을 아는 것은 하나입니다. 아들을 알면 아버지도 알게 됩니다. 그러나 아들을 모르면 아버지도 알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너희는 나를 알지 못하고 내 아버지도 알지 못하는도다. 나를 알았더라면 내 아버지도 알았으리라”(요 8:19)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을 정말로 안다면, 우리는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 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나는 하나님은 아는데 그의 아들은 모르겠다”고 말한다면 그는 하나님을 참으로 아는 사람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아는 것은 하나님에 관한 모든 진리를 아는 것인데, 여기에는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진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스도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보내주신 구원자이십니다. 구원자를 보내주시는 것은 하나님의 가장 큰 뜻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구원자를 모르면서 어떻게 우리가 하나님을 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을 알면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 거하게 된다

예수님께서 오셔서 우리에게 아버지의 이름을 알려주시고 하나님의 감추인 뜻과 구원 계획을 알려주셨고, 그리하여 하나님을 알지 못하던 사람들이 하나님을 알게 되었고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던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알게 되었습니다(25절).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지 않는 것은 하나님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그의 아들을 보내셔서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알게 하셨습니다. 이는 순전히 은혜로, 그리고 그의 말씀과 성령으로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이 어떤 하나님이신지를 알게 되면, 우리는 그분을 믿지 않을 수 없고 그분을 경배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알게 되면 아버지께서 그리스도를 보내셨다는 사실을 단순히 지식적으로 아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님을 믿게 되고 그리스도를 믿게 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그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이는 나를 사랑하신 사랑이 그들 안에 있고 나도 그들 안에 있게 하려 함”이라고 하셨습니다(26절). 하나님을 참으로 바르게 알면 하나님을 믿지 않을 수 없고, 하나님을 참으로 믿는다면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을 아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을 아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알았다고 하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모른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하나님을 아는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알고 믿게 되면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 거하게 되고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거하게 됩니다(26절).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 거한다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거하신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사랑의 절정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 거한다는 말은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충만하게 받아 누린다는 말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을 사랑하게 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행복감으로 넘치게 하고, 이 사랑으로 서로를 사랑하며 섬기게 만듭니다. 주님께서는 지상의 성도들이 하나님을 알고 그리스도를 알고 믿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으로 충만한 사랑의 공동체가 되기를 기도하신 것입니다. 이것이 주님께서 지상의 교회와 성도들을 향하여 가지고 계신 소원이자 기도의 제목이었습니다.

우리의 남은 때, 하나님을 더욱 잘 알아가고 그리스도를 더욱 잘 알아가서, 우리의 믿음도 한층 더 분명해지고 우리의 사랑도 더욱 풍성하고 깊어지게 되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