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절: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9절: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10절: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11절: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
< 말씀 요약 >
우리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믿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독생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대신하여,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것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믿지 않는 많은 사람들도, 예수 그리스도가 계셨고 그가 십자가를 지고 죽으셨다는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참으로 누구이신 것과 그가 왜 사람이 되셔서 고난을 자처하시고 왜 십자가에서 죽으셔야 했는지, 그 죽음의 이유와 의미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지 않습니다. 복음의 핵심은 바로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으심, 곧 십자가의 죽음의 이유와 의미를 아는 것과 관계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바로 그 복음에 핵심에 관하여 우리에게 풍성한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십자가에서 죽으신 그리스도, 그분은 하나님이심을 생각하라(6절)
첫째로, 그리스도를 생각한다는 것은 그리스도가 누구이신지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십자가에서 죽으신 그리스도께서 어떤 분이신지를 잘 알아야 합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라고(빌 2:6) 하셨습니다. 그는 참 하나님으로서 참 사람이 되신 분이십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가 하나님이신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는 여전히 근본 하나님의 본체로 계셨습니다. 본체라는 말 ‘모르페’는 본질, 불변하는 본질을 말합니다. 이것은 그리스도의 성육신 이전의 영광, 또는 그리스도의 선재하심, 그리스도의 신성을 가리킵니다. 예수님은 세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그리스도는 성부 하나님과 함께 영광을 누리셨던 분입니다(요 17:5 참조). 예수님은 성육신 이전부터 존재하셨는데, 태초부터 계신 하나님이셨습니다(요 1:1-3 참조). 그는 신성의 위엄과 대권을 모두 가지셨고, 그는 완전하며, 거룩하며, 탁월하며, 영원하여, 영광스러운 하나님이십니다. 그는 성부 하나님과 동등한 삼위일체의 제2위 하나님이셨습니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않으셨습니다. 그리스도는 이 모든 권리들과 영광들을 누리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본체로 계신 그리스도는 이러한 권리들을 주장하지 않으셨다는 것입니다.
그는 낮아지신 것입니다. 빌립보서 2장 6-8절은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달리시기까지의 모습을 매우 함축적으로 요약하여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도저히 취하실 수 없는 것을 취하심으로써 낮아지신 것입니다. 그는 사람이 되어 종의 형체를 취하심으로써, 본질로 아들이시며 영원한 아들이신 그가 이제 율법 아래에서 순종해야 하는, 세상 죄를 짊어지고 가는 종이 된 것입니다. 죄인들의 발을 닦아주고 섬기려 하는 종이 되어 오신 것입니다. 그는 사람들과 같이 되시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심으로써 자기의 이전의 영광과 명성을 다 가리셨습니다. 예수님 자신은 그러한 위치에 만족하셨습니다. 실제로 예수님이 자신을 가리켜 가장 많이 사용하신 호칭도, 인자, 곧 사람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의 낮아지심과 고난과 순종, 그리고 십자가에서 죽으심을 생각하라(7-8절)
둘째, 그리스도를 생각한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곧 그리스도의 낮아지심과 고난과 순종, 그리고 십자가에서 죽으신 죽음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십자가는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얼마나 낮아지셨는지를 보여줍니다(7절). 그는 낮아지셨습니다. 그는 성육신 이후 끝없이 더 낮아지는 자리를 향해 나아가셨습니다(소요리문답 제27문 참조). 그리스도께서 낮아지신 것은 낮고 천한 자들을 함께 데리고 올라오시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사망 아래 있는 자들을 건지시려고 사망 아래까지 내려가셔야 했던 것입니다.
그의 낮아지심은 그의 영광의 어떤 부분을 버리심으로써 낮아지신 것이 아닙니다. 종의 형체를 가지심으로써, 사람들과 같이 되심으로써- 그 자체가 하나님이 말할 수 없이 낮아지신 것입니다. 하나님이 사람이 되신 것, 곧 그리스도의 성육신으로부터 그의 낮아지심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셔서 자기를 낮추시고 이 땅 위에서도 심히 낮은 위치에 계셨습니다.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가장 낮아지셨습니다. 죽으신 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그는 본래 생명의 주인이시며, 죽음도 다스리시는 분이십니다. 그런데 십자가에서는 죽음의 희생자가 되기를 택하신 것입니다. 게다가 십자가의 죽음은 가장 극악한 형태의 죽음이고, 율법에 따르자면 이 죽음은 저주의 죽음이었습니다. 그는 하나님으로서 죽으신 것이며, 그는 죄가 없으셨지만 우리 죄를 짊어지고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어린양으로서 죽임을 당하신 어린양이신 것을 기억하십시오. 성부 하나님은 십자가에서 온 세상의 죄를 그에게로 모아서, 그에게 담당시키시고, 그를 죄로 만드시고, 그에게 모든 진노와 저주를 쏟아부으심으로써, 죽으실 수 없는 분, 도저히 죽어서는 안 되는 분, 영원한 독생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신 것입니다. 그는 십자가에까지 낮아지셨습니다. 십자가에서 그리스도의 생명은 죽고, 그 영원하신 말씀이신 그리스도는 더 이상 말씀하지 못하고 침묵하게 되셨습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대속의 죽음과 그 혜택들을 생각하라
셋째, 그리스도를 생각한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음이 우리를 위한 대속의 죽음인 것과 그 혜택들이 무엇인지를 바로 알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이 모든 낮아지심은 모두 우리의 죄를 인한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의 죄가 아니라면 이 난리가 날 필요가 없었다. 그리스도께서 죽임을 당하실 이유는 하나도 없었고, 하나님이 사람이 되셔야만 했던 이유도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생각할 때마다, 우리의 죄가 얼마나 크고 흉악한 것인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그 십자가의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를 생각하십시오. 그 십자가의 고통의 깊이만큼 우리 죄의 흉악성의 고통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피흘리시고 죽으신 것은 구약의 제사들의 완성과 성취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특별히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성막의 속죄소를 생각나게 합니다. 속죄소는 증거궤를 덮고 있던 뚜껑이요, 피로써 죄를 가려주는 뚜껑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증거궤를 속죄소로 덮어서 하나님의 율법의 정죄로 인한 우리의 죄의 허물과 형벌은 은혜로 덮어주시고, 그 위에 피를 뿌려서, 그 피뿌림으로 죄를 사함 받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피뿌림이 없이는 사함이 없다고 하셨습니다(히 9:22).
속죄소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피의 대속을 예표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하나님의 완전하신 공의와 하나님의 크신 은혜가 만나며, 하나님과 죄인이 만납니다. 거룩하신 하나님께로 죄인이 나아갈 수 있는 것도 속죄소 위에 뿌려지는 피와 피를 보시고 은혜로 용서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 십자가에 모든 필요한 것이 다 있으며 다 이루어졌습니다. 하나님의 공의가 만족되고, 우리의 죗값이 치러지고, 우리의 형벌이 대신 치러지고, 하나님의 용서의 근거가 마련되었습니다. 여기에서 모든 것이 다 성취되고 모든 것이 다 마련되었음을 기억하십시오. 십자가의 단번의 제사는 영원한 속죄 제사입니다. 그리고 이 속죄소 뚜껑을 덮고 율법의 정죄와 우리의 허물을 덮을 수 있는 것도, 피뿌림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피를 믿는 믿음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이 피를 의지해야 합니다. 마귀의 권세를 이길 힘도 이 피에 있습니다(계 12:11 참조).
그리스도는 낮아짐과 고난과 순종, 그리고 십자가의 죽음을 자처하셨습니다. 십자가는 그리스도의 자발적 순종으로 이루신 것입니다. 십자가의 죽음은 어쩔 수 없이 죽은 운명적 죽음이 아닙니다. 십자가는 그리스도께서 자원함으로 선택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 지는 것을 피하지도 않으셨고, 두려워하지도 않으셨고, 부끄러워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우리는 새해를 맞아서 무엇을 우리 마음에 새기고, 무엇을 더 많이 묵상하고, 무엇을 더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겠습니까?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순종하시고, 우리를 위하여 고난 받으시고,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달려 저주에 죽음을 당하신 것을 늘 생각합시다. 십자가를 더욱 자랑합시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아무 것도 자랑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갈 6:14; 고전 2:2).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생각하고 그리스도의 십자가만 자랑한다는 말은, 그냥 십자가라고 하는 나무 형틀을 생각하고 자랑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으심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나의 구세주는 십자가에 달리셨으며, 나의 구원은 거기에서부터 흘러나오는 것임을 생각하라는 말입니다. 우리의 남은 때, 더욱 십자가를 중심하는 교회, 십자가를 더욱 든든히 붙들고 살아가는 우리 개인과 가정과 교회가 되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