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저가 나간 후에 예수께서 가라사대 지금 인자가 영광을 얻었고 하나님도 인자를 인하여 영광을 얻으셨도다

32절: 만일 하나님이 저로 인하여 영광을 얻으셨으면 하나님도 자기로 인하여 저에게 영광을 주시리니 곧 주시리라

33절: 소자들아 내가 아직 잠시 너희와 함께 있겠노라 너희가 나를 찾을 터이나 그러나 일찍이 내가 유대인들에게 너희는 나의 가는 곳에 올 수 없다고 말한 것과 같이 지금 너희에게도 이르노라

34절: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35절: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

< 말씀 요약 >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후에 다시 제자들과 식사를 하고 계셨고, 가룟 유다는 예수님을 배반하기로 결심하고 식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34절). 예수님은 자신이 곧 십자가에 달려서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실 것을 아셨습니다. 그러므로 그 밤은 조롱과 능욕을 당하시는 치욕의 밤이 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인자가 영광을 얻었고 하나님도 인자를 인하여 영광을 얻으셨도다”(31절). 이 수치와 고통의 밤에 무슨 영광을 얻으셨다는 말입니까?

그리스도의 영광은 구원자의 영광입니다. 그리스도가 죄인들을 대신하여 죽임을 당하심으로 구속을 성취하지 않는다면 영광도 없을 것이었습니다. 또한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의 영광을 얻지 못하신다면, 구원자를 통한 구원을 약속하신 성부 하나님께서도 인자로 말미암아 받으실 영광을 받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가룟 유다는 예수님을 배반하여 은 삼십에 팔고자 결심했고 이제 그 결심을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십자가의 제사는 시작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제 자신이 곧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에 의해 붙잡혀 무고하게 십자가에서 죽임을 받게 되실 것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예수님에게 있어서 십자가의 죽음은 “인자가 영광을 얻는” 사건이었습니다. 칼빈은, “인자의 영광이, 인간적으로 치욕스럽고 심지어 하나님 앞에서도 저주받은 죽음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은 역설”이라고 하였는데, 그의 말은 참으로 옳습니다. 이어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나는 이제 잠시 동안만 너희와 함께 있을 것이고,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올 수 없을 것”(33절)이라고 하시면서, 새 계명을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이 새 계명에서 세 가지를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하였다

첫째로, 예수님은 “내가 너희를 사랑하였다”(34절)고 하셨습니다. 이는 예수님의 사랑의 고백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제자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제자들이 어떻게든 알고 느끼고 확신하게 되기를 원하셨습니다. 주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것도 그들에 대한 주님의 사랑의 한 작은 표시였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그들의 발을 씻어주시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위해 자신을 십자가의 죽음에 내어주실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참으로 사랑하기 힘든, 아니 사랑할 수 없는 이들을 사랑하셨습니다. 제자들은 다 예수님을 버리고 도망할 것이었습니다(막 14:27). 베드로는 절대 주님을 버리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베드로 역시 그날 밤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세 번이나 주님을 부인할 것이었습니다(막 14:29-31). 제자들은 그 와중에 “누가 크냐?” 하는 문제로 다투기까지 하였습니다(눅 22:24). 주님께서 겨우 이런 사람들을 사랑하시고 겨우 이런 사람들을 위해 죽으시려는 것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이 모든 것을 다 아셨지만, “자기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아가파오)하셨습니다(요 13:1). 아가파오의 사랑은 무조건적(unconditional) 사랑이고, 분에 넘치는(unmerited) 사랑이고, 아무 자격 없는 자들에게 주시는(undeserved) 사랑이고, 측량할 수 없는(unfathomable) 사랑입니다.

예수님은 왜 그 엄중한 시간에 사랑을 고백하신 것입니까? 예수님은 이제 곧 제자들을 떠나실 것이었고 제자들을 세상으로 보내셔야 했습니다. 제자들이 마주하게 될 세상은 험악한 세상이 될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세상으로부터 미움과 증오와 멸시와 핍박을 받게 될 것이었지만(요 15:17-18), 그들은 세상에서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증인의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 일은 사랑이 없으면 결코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그들이 그 힘든 일들을 감당하기 전에 먼저 주님의 사랑을 깊이 느끼고 그 사랑을 힘입고 그 사랑을 확신하고 그 사랑에 감복하여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살아가기를 원하셨던 것입니다.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둘째로, “서로 사랑하라”(34절)고 하셨습니다. 이것이 새 계명의 핵심입니다. 이것은 제자들에게 주신 명령입니다. 주님께서는 그의 제자들에게 사랑을 요구하십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주님께서 그것을 명령하셨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랑은 그 자체로 선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해야 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사랑을 명령하셨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사랑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사랑을 명령하시면서,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큰 사랑에 빚진 자로서 우리도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말입니다(요일 4:11).

그러나 사랑은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 중에는 우리가 도저히 사랑하기 어려운 사람들, 나를 실망시키고 배반하고 무례히 행하고 감사할 줄 모르고, 멸시와 비방과 모든 악을 행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우리는 주님께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주님, 제가 왜 저런 사람까지 사랑해야 합니까? 제가 받은 모욕과 수치와 손해와 상처에도 불구하고 저는 왜 바보같이 계속 사랑해야 합니까?” 그러면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명령이다!” 사랑은 주님의 명령입니다.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모든 계명과 율법은 “사랑하라”는 명령 가운데 다 들어있습니다(롬 13:8-10). 우리는 이 사랑으로 언제나 다른 이들의 유익을 구해야 합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며 투기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고 교만하지 않고 무례히 행하지 않고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않습니다(고전 13:4-5). 사랑은 다른 이들의 유익을 구합니다.

특별히 우리는 그 누구보다 믿음의 형제들을 사랑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 역시 주님께서 사랑하신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사랑하셔서 위하여 죽으신 사람을 우리가 어떻게 미워할 수 있습니까? 눈에 보이는 형제는 사랑하지 않으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하는 자는 거짓말하는 자입니다(요일 4:20). 더 나아가서 우리는 모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주님께서는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사랑을 생각할 때 우리는 사랑해야 하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

셋째로,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35절)고 하셨습니다. 사랑은 그리스도인을 다른 사람들과 확연하게 구별시키는 요소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정체성은 사랑에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사랑을 받은 사람들이고 사랑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사람들은 기독교가 무엇인지,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복음은 빛나게 될 것이고, 그리스도의 이름이 높임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프란시스 쉐퍼는 “사랑은 최종적인 변증학”이라고 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이런 사랑으로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스도인들뿐입니다. 아가페의 사랑을 받은 자만이 이 사랑을 알고 이 사랑으로 사랑하는 법을 압니다. 그리스도인이 되면 사랑을 깨닫기 시작하고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우리의 사랑은 늘 부족합니다. 우리에게 사랑이 부족할 때, 우리는 주님께 사랑을 구하면 됩니다. 주님께로부터 끊임없이 사랑을 공급받아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셨는지를 생각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힘입게 되면 우리는 그 사랑으로 서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사랑을 고백하신 그리스도를 생각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확신합시다. 그 사랑을 받았으니 서로 사랑합시다. 사랑하는 사람이말로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입니다.